3.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앞선 글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이 왜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해지지 못했는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말씀하지 않으셨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기록된 문장을 눈으로 읽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 말씀이 누구에게 주어졌는지, 어떤 상황에서 선포되었는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 말씀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셨는지를 살피는 일입니다.
같은 말씀도 듣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길을 잃은 사람에게는 돌아오라는 부르심이 필요하고, 깊은 죄책감에 눌린 사람에게는 용서와 은혜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교만한 사람에게는 자신을 낮추라는 책망이 필요하지만, 이미 상처받고 무너진 사람에게 같은 책망만 반복한다면 하나님의 마음과 다르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듣는 사람의 상황과 마음의 상태는 모두 다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구절만 따로 떼어 적용하기보다, 먼저 그 말씀의 앞뒤 문맥을 살펴야 합니다. 누가 말했는지, 누구에게 말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 말씀이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번역된 단어만으로 의미를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어 성경에서 같은 단어로 번역되었더라도, 원문에서는 서로 다른 단어가 사용된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하나의 원어가 문맥에 따라 여러 다른 한국어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신약성경에는 세상이나 세계와 관련된 여러 헬라어 단어가 있습니다.
κόσμος—코스모스,
οἰκουμένη—오이쿠메네,
γῆ—게,
αἰών—아이온.
이 단어들은 모두 넓게 보면 세상과 인간의 삶에 관계되지만, 각각 강조하는 의미가 다릅니다.
κόσμος는 창조된 세계나 인류, 때로는 하나님을 거스르는 세상의 질서를 가리킵니다. οἰκουμένη는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며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나타냅니다. γῆ는 땅과 토지, 사람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구체적인 자리를 가리킵니다. αἰών은 시대와 세대, 이 시대와 오는 시대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차이를 모르고 모두 단순히 “세상”이라고만 이해한다면, 각 본문이 말하려는 깊은 뜻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어를 안다고 해서 곧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어는 해석의 문을 열어 주지만, 최종적인 뜻은 문맥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을 붙잡고 자신의 생각을 성경에 넣는다면, 원어 연구도 또 다른 왜곡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말씀을 살펴야 합니다.
먼저 원어의 철자와 발음, 품사와 기본 뜻을 확인합니다. 그다음 그 단어가 신약의 다른 본문에서는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찾아봅니다. 같은 저자가 그 단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비교해야 합니다.
그 후에는 해당 구절의 앞뒤 문맥과 책 전체의 흐름을 살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그 본문이 창조와 타락, 구원과 회복, 성숙과 사명, 하나님 나라의 완성이라는 성경 전체의 큰 흐름 안에서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물어야 합니다.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려는가?
이 질문은 우리가 듣고 싶은 대답을 성경에서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을 내려놓고, 본문이 실제로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한 질문입니다.
저는 학자로서 새로운 교리를 세우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성경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한 사람의 사역자이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교회에 오래 다녔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 말씀을 들을수록 자유로워지기보다 죄책감에 눌리는 사람,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 하나님께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또 교회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하나님에게서까지 멀어진 사람과, 신앙의 성장 과정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믿음이 없다고 낙심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그들을 보며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우리를 두려움과 정죄 속에 머물게 하려고 말씀을 주셨을까요? 아니면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빛으로 이끌고, 자녀로 회복시키며, 삶의 자리에서 성장하게 하고, 마침내 열매를 맺게 하려는 말씀이 아닐까요?
이러한 질문에서 이 연구를 시작하려 합니다.
제가 세운 생각이 모두 옳다고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성경과 원어를 살펴보고, 맞는 부분은 붙들고, 맞지 않는 부분은 고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만든 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 정직하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성경을 처음 읽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사람을 눌러 두기 위한 말씀이 아니라, 어둠에서 빛으로 부르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끌며 종의 두려움에서 자녀의 관계로 회복시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단어 하나, 구절 하나에 머물지 않고 말씀과 말씀을 연결해야 합니다.
원어를 살피고, 문맥을 읽고, 성경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하나님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이제 그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하나님의 단어를 하나씩 따라가며 묻겠습니다.
이 단어는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가?
이 말씀은 누구에게 주어진 것인가?
그 본문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그리고 그 말씀은 한 사람을 어디로 이끌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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